굼허는 어떤 브랜드인가?
젠더리스를 기반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브랜드다. 성별을 규정짓지 않고, 입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옷의 특성을 지향하며 작업하고 있다.
가장 애정하는 컬렉션이나 컬렉션 피스가 있다면?
센트럴 세인트 마틴 재학 시절 전개한 졸업 컬렉션 ‘BA’가 가장 애정이 간다.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닌 내 이름을 건 첫 컬렉션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특히 피날레에서 티셔츠로 레이어링한 룩이 굼허의 취향과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와 놓치지 않는 디테일이 있다면?
무엇보다 시작이 중요한 것 같다. 컬렉션을 구상할 때 매번 무드보드를 제작한다. 무드보드는 머릿속에만 있던 커다란 그림이 세세한 조각으로 보이는 과정이기에 항상 심혈을 기울여 작업하고 있다. 굼허는 남성복을 전개하는 브랜드지만 젠더리스를 지향하는 만큼 여성복에 사용되는 고유의 디테일을 많이 차용하려고 한다.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리서치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영국 유학 시절에는 학교 도서관을 자주 다녔고 빈티지 숍을 탐색하기도 했다. 컬렉션을 진행하는 과정 사이에 만들어가는 가상의 캐릭터에서도 영감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2023 S/S 시즌에는 근육질의 브래드 피트가 해변가에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의 화보에서 캐릭터를 떠올렸다. 이 캐릭터에서 착안하여 피지컬이 좋은 모델들을 기용했다.
지금까지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한국적 요소가 있는가?
첫 BA 컬렉션은 한국 길거리에서 본 장면을 바탕으로 전개했다. 여름에 나이 드신 분들이 탱크톱을 배가 보이게 롤업하여 입는 모습이나 수레 위에 폐지가 겹쳐져 묶여 있는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다. 서울에서 소개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이태원에 있는 ‘스몰스(Smalls)’라는 바에 자주 간다. 밖에서 함께 떠들 수 있는 테라스가 좋고 여러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도 흥미로운 곳이다.
브랜드의 뮤즈가 있다면?
졸업 컬렉션에서 만났던 저우천(Zhou Chen)이라는 모델 친구. 당시 작업을 계기로 매 컬렉션에서 모델과 피팅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 친구의 이미지와 애티튜드, 또 굼허의 옷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나의 뮤즈로 여기고 있다.
아티스트 이네즈 발렌타인의 에어브러시 작업이 들어간
톱은 모두 굼허의 2023 F/W 컬렉션.
굼허의 시그니처는 단연 부츠라고 할 수 있다. 굼허의 부츠를 신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드러나는데 어떤 사람들이 ‘G00MY Boot’를 신나?
굼허만의 볼드한 무드를 좋아하고 젠더의 잣대가 없는 유연한 사람.
그렇다면 굼허가 어떤 사람에게 소비되기를 바라나?
소신이 있고 가치를 아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굼허를 찾는 사람을 위해 지속적으로 아카이빙하며 소장하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다.
어떤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은가?
패션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는 브랜드. 지난 컬렉션을 돌아봐도 부끄럽지 않은 작업을 남기고 싶다.
editor Kim Sooj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