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카페 마마롱’이라는 또 하나의 오아시스가 존재한다. 셀러브리티의 광고와 화보 촬영으로 분주하게 서울을 오가면서도 누구보다 오롯이 탄탄하고 풍요로운 제주 라이프를 완성해가고 있는 그의 슬기로운 이중생활.

제주는 점점 진화 중이다. 내 삶 또한 그 진화 속에서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지냈는가?
현재 제주에 거주하고 있다. 조카와 함께 ‘마마롱’이라는 작은 케이크 집을 운영하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제주에 거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역을 애월로 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외국 출장을 마치고 집에서 잠시 다큐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새로운 감정을 느껴 예정보다 이르게 귀촌의 길로 접어들었다. 애월로 오게 된 이유는 도시 생활이 길었던 만큼 이 지역의 단절된 느낌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과 가깝지만 작은 포켓 정원 같을 것 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여러 작업을 병행하는 아티스트에게 제주의 생활은 남다를 것 같다. 서울 생활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가장 큰 차이는 창밖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주로 거울을 봤다면 제주에서는 창 너머를 바라보게 된다.

헤어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은 패션 화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작업을 해왔다. 오랫동안 헤어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촬영장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나 자신은 카메라 앞에서 얼음처럼 변하지만 다른 이를 꾸미는 것을 즐기면서 촬영에 임했다.

섬세한 터치와 독보적인 헤어 스타일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업계에서 추구하는 헤어 작업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유행은 언제나 돌아오고 또 사람들이 추종하듯 따라가지만 늘 밸런스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헤어 작업은 내추럴한 스타일에도 분명 파워가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박물관의 유물을 만지듯 정교하게 작업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가는 중이다.

직접 운영하는 카페 마마롱은 이미 애월의 명소로 유명하다. 일본에서 파티시에 공부를 한 조카와 함께 운영한다고 들었다.
마마롱은 손수 만드는 달콤한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이고, 한적한 시골 길에 숨어 있는 풀숲이 작은 정원 같은 공간이다. 조카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며 기다려왔다. 장장 12년 동안 마마롱 오픈을 준비했는데 요식업에서 가장 기본은 주방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기다림이다.

감각적인 조명과 흰 천으로 덮인 소파가 인상적인 거실 인테리어.

상대적으로 바쁘지 않은 날에는 제주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가?
청소 미학의 신봉자이기에 나의 제주 생활은 바쁘게 흘러간다.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서울에서 쉼을 느낀다. 귀촌은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평소 가드닝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어떤 식물을 기르는지 궁금하다.
주변 환경을 끌어들이려면 나무와 식재에 신경 써야 한다. 마마롱은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정원을 꽉 채우고 있다. 너도밤나무, 벚나무, 산딸나무, 조팝나무, 맥문동, 귤나무 등이 있다.

제주 식생활은 어떤가?
요리를 곧잘 하는 편이지만 종종 밖에 나가 혼자 밥을 먹기도 한다. 지금의 제주는 마치 발리 같은 느낌이라 곳곳에서 핫한 스폿과 이국적인 맛집이 저마다 맛과 개성을 내세우는 중이다.

제주에서 방문해보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직 백록담을 가보지 못했다. 겨울에 눈 덮인 윗세오름을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이다.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한라산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어 언젠가 백록담을 등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실제 거주도 하고 있다. 앞으로 제주에서 어떤 삶을 꿈꾸는가?
제주는 점점 진화 중이다. 내 삶 또한 그 진화 속에서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photographer Kang Hyunuk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