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삶을 갈망했던 그들이 마침내 원하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사랑스러운 강아지 젬베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원조연(이하 W) 처음에는 돌집과 같은 옛날 집을 고쳐 사는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변덕이 심한 제주 날씨 때문에 포기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집을 짓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힘들게 구하긴 했지만.
에스테반 (이하 E) 아내보다 먼저 제주에 내려와서 살았다. 제주는 습도가 높고 날씨가 변덕스러운 탓에 집을 구할 때 좋은 컨디션을 가장 신경 썼다.

제주에 거주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E 제주에 온 지 어언 5년 정도 지났다. 10년 정도 패션지 편집장으로 재직하다 웹 매거진으로 옮겼을 때 관심사가 크게 변화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그것을 계기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농담 삼아 제주에서 1년 정도 살아보자 했는데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
W 신혼여행도 제주로 왔고 그 동안 계속해서 제주에 방문했다. 그러다 보니 제주에 친구도 많이 생겼다. 제주에서의 삶을 계속해서 꿈꿨다. 조금 더 다르게 살아보고자 했고 그 이유로도 충분했다.

거주 공간을 이곳으로 정한 이유는?
E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한경면이지만 처음에는 애월에 혼자 살았다. 본래 친구가 많은 한경면에 집을 구하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한경면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친구네도 곳곳에 많다. 아내와 함께 제주에 살기로 마음 먹었을 때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친구가 집 사진을 보내주었고 마침내 이곳에 거처를 구했다.

스테이도 운영 중이다. 어떤 공간인가?
W 오래전부터 제주에 내려와 스테이를 운영하는 것이 로망이었다. 마침 집을 지을 수 있는 좋은 제안이 들어왔고 덕분에 그 꿈을 이루었다. 층고가 높고 통창이 넓어 시원한 뷰를 가진 이곳은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인테리어는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이자 헤어 아티스트인 김정한에게 도움을 받았다. 서울에서 모든 자재를 공수하느라 힘들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다가 이번에 새로운 흥미를 발견한 것 같다.

제주 생활과 서울 생활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E 모든 것이 다르다. 지금 숨쉬고 있는 공기마저 다르다.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서울에서는 밤이 없는 것처럼 지냈다면 여기에서는 저녁 7시에 잘 준비를 하고 새벽 6시면 일어나서 반려견 젬베와 함께 산책을 한다. 집 2층에 빔 프로젝터를 틀 수 있는 방이 있는데 어떤 날은 자정까지 영화를 보다 자기도 한다. 시간이 많아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W 작년 5월이었나. 내가 탑승한 비행기만 17대였다. 해외 작업도 많았고 스케줄이 빽빽했다. 제주를 벗어나면 확실히 컨디션이 떨어진다. 힘든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오면 여유로운 제주 생활이 기다리고 있어서 좋다. 열심히 일한 다음 늘어지게 쉴 수 있는 이 생활이 오히려 삶의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다. 근처에 작가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예쁜 책방과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는 펍도 있다. 서울에서 생활하며 갈망했던 것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듯하다.

셀러브리티와의 작업, 패션 에디터의 섭외 영순위로 늘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W 모델 혹은 셀러브리티의 컨디션이다. 메이크업 스킬, 시안과 같은 능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그 메이크업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기본이다. 근본적인 시작 자체를 잘 다지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부터 잘 빚어놓은 도자기는 더 손보지 않아도 완벽하듯 본연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해가는 만큼 추구하는 메이크업 작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W 메이크업의 가치관과 정의가 바뀌었다. 패션 매거진으로 시작해 현재는 아이돌이나 배우를 많이 맡고 있다. 메이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어느 정도 스킬과 노하우는 다졌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같이 작업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영감을 많이 얻고 배우고 있다.

패션지 편집장을 거쳐 서울살롱을 운영하기도 했고, 또 현재는 제주를 중심으로 밴드 파라솔 웨이브의 보컬로 활동 중이다. 여러 직업을 거친 만큼 그 과정이 궁금하다.
E 아주 오래전부터 음악과 친하게 지냈다. 사촌끼리도, 고등학생 때도, 회사 생활 때도 함께였다. 제주에 와서 혼자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친구들이 모이고 자연스레 밴드 멤버가 되어 있더라. 베이스부터 기타, 그리고 서울살이를 하는 드러머까지 차례로 채워졌다.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제주를 즐기며 사는 원조연과 에스테반.
반려견 젬베도 항상 함께한다.

우리는 항상 이야기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아닌 이 삶을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

작년 1월 발매한 EP 앨범은 잔잔한 베이스와 그 위로 흐르는 청명한 기타 선율, 덤덤히 울리는 목소리가 더해져 공허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더라. 직접 작사, 작곡했다고?
E 제주에 있으니 제주에서 있었던 일 혹은 생각을 가사로 적게 되더라. 집 근처에 레코딩 스튜디오가 있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다. ‘파라솔 웨이브’라는 밴드명은 바다에 누워 만든 이름이다. 보고 있던 풍경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지었다. 가사도 마찬가지다. 일어나서 바다를 갈지 말지에 관한 노래도 있다.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W 17년 전에 남편을 처음 만났다. 일본 요요기 공원에서 젬베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고 흥미가 생겨 홍대 놀이터에 갔다가 남편과 친해졌다.
E 어떻게 배우면 되는지 묻길래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그 시절에는 싸이월드로 연락하고 지냈다. 몇 개월 친구로 지내다 결국 연인 사이가 되었다. 현재 우리 반려견의 이름도 그렇고 젬베는 우리 만남의 연결 고리가 되었다. 젬베가 있어 제주 생활이 더 풍요로워진다. 모든 것이 젬베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제주 음식은 어떤가.
E 이제 서울에서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 제주의 입맛에 길들여져버린 듯하다.
W 여행을 가면 로컬 푸드에 대해 많이 말하는데 여기 살아보니 이유를 알겠다. 동네에 조그마한 맛집이나 로컬 푸드를 먹으러 다닌다. 제주의 식당은 일찍 문을 닫고 특히 이 동네는 배달하는 음식점이 거의 없다 보니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다. 제주에 살다 보면 하루 일과 중 먹는 것이 가장 큰 화두다.

좋아하는, 혹은 기억에 남는 공간을 꼽는다면?
W 근처에 ‘요이땅삐삐’라는 펍이 있다. 근처에 친구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술을 먹으러 가기도 하지만 그곳에 있다보면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긴다. 문화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특별한 곳이다. 아! 여름에 항상 가는 월령해변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패션계에서 활동해온 아티스트로서, 또 여러 작업을 병행하는 아티스트로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E 오늘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젬베도 건강하게.
W 우리는 항상 이야기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아닌 이 삶을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

photographer Kang Hyunuk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