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패스트 패션 속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과 미래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도전을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 래코드. 지속 가능에 대한 메시지를 글로벌에 알리는 <리;콜렉티브(Re;Collective)> 전시로 2023 밀라노 디자인 워크의 지속 가능성 부문에서 위너로 선정되었는가 하면 2023년 5월, 국내 브랜드로는 드물게 청담동 명품 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래코드의 서울, 밀라노 그리고 다시 서울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여정을 함께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전시했던 작품과 래코드의 옷이 어우러진 매장 내부.

래코드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어떤 공간인가? 업사이클링, 지속 가능한 패션 문화와 선한 무브먼트를 전파하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공간 디자인에는 <리;콜렉티브 밀란(Re;Collective: Milan)> 전시를 함께 준비한 스키마타 아키텍츠의 대표인 조 나가사카가 참여했다. 래코드가 옷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듯 나가사카는 건축 분야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일상의 환경에서 새로운 관점과 가치를 발견하는 건축가이기에 더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


공간 구성이 궁금하다. 재고로부터 출발하는 래코드 디자인의 정수가 담긴 여러 컬렉션 제품, 매 시즌 진행해온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익스클루시브 라인(이로, 캠브리지 재고 제품과 해양 경찰 유니폼을 활용)도 볼 수 있다. 추억이 담긴 옷을 리폼해주는 ‘MOL(Memory of Love)’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도 새롭게 구성했다. 전체적으로 환경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인테리어를 하려고 노력했는데 카운터 옆의 집을 형상화한 컨시어지도 고택에 사용되었던 목재를 재사용해 만든 공간이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처음 선보이는 MOL 서비스는 기존의 박스 아틀리에와 어떻게 다른가? 두 서비스 모두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서비스로 옷을 수선하고 리폼하는 방식을 통해 제품 생애 주기를 늘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스 아틀리에는 간단한 수선과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MOL은 프리미엄 리폼 서비스로 일대일 상담을 통해 추억이 담긴 소중한 옷을 래코드 인하우스 디자이너와 함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옷으로 탄생시킨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인테리어는 소재의 순환을 콘셉트로 했다고 들었다. <리;콜렉티브 밀란> 전시에서 선보였던 이광호 작가와 구오 듀오(Kuo Duo)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추가적으로 매장에 특별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업사이클링’을 테마로 소파와 의자를 추가 제작했다. 또한 완충 골판지와 신문으로 만든 펄프 보드, 고택에 사용되었던 나무와 기와, 벽돌 등을 업사이클링 재료로 사용했다. 곳곳의 조명 역시 세컨드 핸드 빈티지 제품이다.


<리;콜렉티브> 전시를 작년 서울에 이어 올해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였다. 전시의 형태로 브랜드를 소개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래코드가 옷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그리듯 각자의 영역에서 지속 가능을 도모하는 프렌즈와 함께 지속가능에 대한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전하고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다.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래코드의 연대는 앞으로도 더욱 단단하고 넓어질 것이다.


<리;콜렉티브 밀란>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리;콜렉티브 밀란>은 직관적으로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을 보여주는 지속 가능 디자인 전시다. 패션이라는 경계를 넘어 가구, 오브제를 통해 업사이클링 방식이 확장된 모습의 전시를 의도했다. 재활용 재료로 나만의 키 링을 만들어보는 DIY 워크숍 ‘리테이블(Re; Table)’은 체험형 콘텐츠로 리콜렉티브 취지에 공감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전시에 9인의 디자이너가 함께했다. 선정 기준이 있었나? 한·중·일 각국에서 다양한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업사이클링’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다. 특정 재료를 재활용해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 컨셔스한 마인드로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느냐가 협업 아티스트의 선정 기준이었다.


푸오리살로네 어워드(Fuorisalone Award) 2023 지속 가능성(Mention Sustainability) 부문에서 위너로 선정되었다. 많은 전시가 지속 가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위너를 차지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성과다. 한국을 대표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로서 지난 10년간의 노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느낌이다.


서울과 밀라노를 잇는 <리;콜렉티브> 전시의 다음 계획이 있나? 이후로는 제주에 위치한 솟솟리 버스 매장에서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리;콜렉티브 서울>, <리;콜렉티브 밀란>에 함께했던 스키마타 아키텍츠가 래코드 청담점과 솟솟리버스 매장까지 모두 설계를 맡았다. 이 부분도 공간의 특색을 함께 살펴보게 하는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드랍시티에서 열린 <리;콜렉티브 밀란> 전시.

래코드를 전개한 지 10년이 넘었고 특히 요즘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상업성도 고려해야 하는 브랜드로서 그것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재고나 재료의 세척, 활용, 해체, 리디자인, 생산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정마다 수작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기획할 수 있는 옷의 수량이 제한적이고 상당한 비용도 발생한다. 희소성에 가치를 두고 브랜드를 경험하는 고객도 있지만, 브랜드로서는 대중이 제품을 쉽게 접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는 래코드의 디자인 정신을 친환경 원단으로 풀어낸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래코드가 이야기하는 지속 가능성이란? 환경을 생각하는 진정한 발걸음은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의류가 만들어지며 발생하는 오염과 낭비를 최소화하고 또 잘 만들어 오래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만들었지만 팔리지 않는 옷, 버려지며 부가적인 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래코드가 말하는 지속 가능성이다. 또 재고가 되어 결국 버려지거나 불량인 에어백, 카 시트와 같은 산업 자재를 활용하거나 리폼 서비스를 운영하며 다방면으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중이다.


래코드의 다음 단계는? 연대와 연결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에 래코드가 1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리;콜렉티브> 전시는 각자의 영역에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기업, 브랜드, 크리에이터와 함께 지속 가능성의 메시지를 전하고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속 가능성을 넘어 각 분야의 파트너와 협업하여 여러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찾아가며 사회를 개선하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래코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 단어로 요약하면 ‘궁극적인 순환(Ultimate Circulation)’이다. 미래의 래코드는 재고가 원료가 되어 제품이 되고 제품이 다시 재고가 되어 새로운 원료가 되는 순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현재 래코드는 생산 과정에서 새터민, 난민 등 사회 취약 계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차별 없는 창의적 공동체로서 지속 가능한 조직을 꾸준히 운영하고자 한다.

Editor Lee Yu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