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S 컬렉션 런웨이 모델들과 함께한 디자이너 최유돈.

첫 컬렉션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컬렉션 중에 특히 애정하는 시즌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2019년 S/S 컬렉션과 같은 해 F/W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패션쇼는 컬렉션의 테마를 가시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두 시즌은 쇼를 진행한 장소가 인상적이었다. 2019년 S/S 컬렉션 당시 현지 영국인도 잘 알지 못하는 가든 뮤지엄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교회와 모더니즘 건축양식이 아름다운 곳으로 공간 특유의 매력이 2019년 S/S 컬렉션의 ‘모더니즘 록 디자인’이라는 테마와 잘 맞았다. 2019년 F/W 컬렉션 쇼는 특히 욕심을 많이 냈다. 공터에 선적 컨테이너를 네모난 모양으로 연결하여 설치한 후 그 안에서 쇼를 진행했다. 컬렉션은 예술가 메레 오펜하임 (Meret Oppenheim)에서 영감을 받았다. 연속성이 있는 컨테이너라는 베뉴 안에 관객이 앉아 있고 그곳에서 캣워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2023년 S/S 컬렉션이 인상적이였다.
2023년 S/S 컬렉션은 목가적이며 자유로운 프랑스 남부와 프랑스 예술가 장 콕토에게 영감을 받아 전개했다. 1930년대 비치웨어와 남성복을 결합하여 역동적인 실루엣으로 표현했고 남프랑스의 깊은 바다와 모래, 싱그러운 풍경이 떠오르는 쨍하고 풍부한 컬러를 사용했다. 특히 리오셀, 오가닉 코튼, 뱀부 저지, 큐프로와 같은 소재의 사용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꾼 시즌이기도 하다. 2023년 F/W 컬렉션은 이전과 같은 선상의 예술적인 영감에서 시작했다. 오래된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과거와 현대를 혼합하고 1500년대 복식에서 차용한 더블브레스트 재킷이 그러한 요소를 보여준다. 컬러는 독일화가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의 초상화에서 영감을 받은 짙은 남색과 로지한 핑크색 및 주홍색으로 짙은 뮤트 톤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루이까또즈와 협업을 진행했는데 이전에 사용하던 과감한 색조 대신 브라운, 그린 같은 컬러로 차별화했다.

평소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예전에 한 매체가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에게 영감을 받은 컬렉션에 관해 “특별한 영감은 아니지만 유돈초이의 해석이 좋았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우리의 목표는 새롭고 독특한 영감의 요소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다 팬데믹 때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전개했다. 최근에는 특정한 한가지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인스퍼레이션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는, 여성이 지향하는 옷을 제품으로 제작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작업한다. 현재 패션계의 트렌드가 그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유돈초이는 날카로운 테일러링과 유연한 실루엣이 공존해서 독특하다. 매번 컬렉션을 전개하며 사용하는 디테일이 있다면?
디자인이 너무 심플해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미 커머셜한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고객은 유돈초이만의 웨어러블하면서도 특별한 디테일을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니 완벽한 레시피를 찾아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숙제이자 목표가 아닐까. 드러나지 않는 특별함.

유돈초이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Beat Rice’ 재킷.

유돈초이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우리 팀은 규모는 작지만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일하고 있다. 함께 모여 서로 어떤 것에 매료되는지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국이라는 나라 자체도 자유롭고 크리에이티브한 곳이다. 이곳에 살면서 받은 영감도 에너지가 되곤 한다.

지금까지의 컬렉션에 영향을 미친 한국적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에서 26세까지 거주하다가 영국으로 왔기에 몸속에 한국의 DNA가 내재되어 있다. 굳이 컬렉션 테마가 한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적 라인이나 감성이 녹아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유돈초이의 한국적 특성은 한국의 세련되고 섬세한 소비자를 경험한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 한국의 기생, 그리고 앤디 워홀과 할튼이 다니던 뉴욕의 스튜디오 54 클럽에 서 영감을 받아 졸업 작품을 전개했다. 그 작품을 계기로 영국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 입점하게 되었다.

유돈초이가 어떤 사람에게 소비되기를 바라나?
우리 브랜드는 테일러링을 중요시하고 오랫동안 소장할 수 있는 옷을 지향한다. 따라서 그런 가치를 존중하고 선호하는 젊은 연령층의 소비자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것을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브랜드를 운영하며 마음에 담아둔 목표가 있다면?
트렌디하기보다는 옷에 깊이 있게 접근하면서 진정성 있고 지적인 브랜드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