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ERVER™S

국제갤러리 부산 | 줄리안 오피 <OP.VR@KUKJE/F1963.BUSAN>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미디어 파사드 위를 걷는 군중, 부산의 대표적 복합 문화 공간으로 부상한 F1963의 하늘색 외벽 앞 스크린을 밤낮없이 경쾌한 걸음걸이로 가로지르는 여인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상형문자와 교통 표지판, 고대와 최첨단을 넘나들며 시대를 초월한 영감 너머로 이미지 독해에 천착해 온 줄리안 오피가 일상 속 예리한 관찰을 통해 재현해온 인물들이 일상에 슬며시 역침투했다.

영국 출신의 현대미술가 오피의 작품은 우리에게 제법 익숙하다. 그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사람, 동물, 풍경, 건축물 등을 간결한 형태와 짙은 윤곽선으로 표현해 대체로 평평한 회화, 조각, 애니메이션에 옮겨놓은 표상은 누구나 한 번 보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단연 독보적이다. 고유한 조형 언어를 갖춘 그의 작품을 보면서 조금은 비껴 나가길 원했던 바람이 맞아떨어진 것일까. 그에 대한 다분히 확고한 시선에 파동을 일으킨 전시가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열렸다.

F1963 석천홀 줄리안 오피 개인전 <OP.VR@KUKJE/F1963.BUSAN> 설치 전경.
국제갤러리 부산에서는 회화, 조각, 모자이크, 영상, 증강현실, 라이브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줄리안 오피의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오피의 행보는 매번 그의 작품 속 인물의 윤곽선만큼이나 선명하고 유쾌했으나 대체로 예상 가능했다. 국제갤러리가 2018년 8월 부산에 진출한 이래 처음으로 석천홀까지 활용하며 공개한 4D VR 작품을 경험하기 전까지 말이다. 아트 부산 개최와 맞물려 지난 5월 3일 개막한 전시회 <OP.VR@Kukje/F1963.BUSAN>은 그간의 작품 연작을 한층 더 명민하게 진화시켰다. 조각이 보다 입체적으로 펼쳐지고, 한층 나아가 오피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초대한다. 잠시나마 운동까지 되는 일석이조의 작품에 오르는 모든 이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즐겁다. 작가는 도시를 방문해 이동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후 단순화된 윤곽선으로 그려낸 개인 혹은 군중의 걷거나 뛰는 모습, 풍경을 회화 및 조각으로 재해석해 왔다.

이번 부산 전시에서는 오피가 2022년 여름에 부산 해운대와 센텀시티 산책로를 지나는 보행자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창작한 신작도 포함했다. 런던에서 코로나 봉쇄 기간을 겪으면서 빠르고 동적인 느낌의 작품을 만들고 싶던 오피는 2010년대 유행한 셔플 댄스 영상에 착안해 엄청난 빠르기의 비트에 몸을 맡기고 춤추는 사람들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모자이크, 영상, 증강현실(VR) 그리고 라이브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작품군을 선보이며 디지털 매체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 및 작품 세계를 총망라 한다. 조각은 보다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증강현실이라는 신기술에 힘입어 대상을 다시금 입체화한 석천홀의 체험은 놓치지 말아야 할 백미다. 일상에서 비일상을 찾고 특별함을 발견해온 오피의 습관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kukjegallery

DESIGNER™S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함께한 <홈 스토리즈 Home Stories>

아이오닉 콘센트카 ‘세븐’

국제갤러리 부산과 F1963 단지에 자리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지난 4월 개관 2주년을 맞아 공개한 <홈 스토리즈 (Home Stories)> 전시는 현대 자동차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파트너십을 맺은 이래 두 번째 협업 프로젝트로, 미래 일상의 공간이 될 모빌리티 스토리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와 함께 진화한 주거 문화 변화를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전시에서는 192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간 진화한 주거 문화의 역사와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온 20개의 혁신적 인테리어에 관한 아이디어를 펼쳐 보여준다. 에토레 소트사스가 디자인한 책장을 비롯해 베르너 팬톤, 핀 율,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등 디자인 역사에 획을 그은 인물의 주요 디자인은 물론, 지금 보아도모던한 1920년대 프랑크푸르트 주방, 앤디 워홀의 실버 팩토리 작업 공간관련 자료, 이케아의 옛 아카이브 카탈로그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전기차 비전을 제시하는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도 함께 전시해 이동과 주거 공간의 경계를 허물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주거 환경의 변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던지고자 한 시도가 돋보인다. 자연의 움직임을 전기에너지와 빛의 움직임으로 재현한 디자인 듀오 스튜디오스와인의 신작 <흐르는 들판 아래>로 마무리되는 전시는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비전 아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을 주제로 소통해온 브랜드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PRESERVER™S

오초량 | <오! 분더카머>

부산역 지척에 자리한 초량동 일식 가옥은 등록문화재 제349호다. 등록문화재란 기존 지정문화재와 달리 근대 이후 건설 · 제작 · 형성된 유산 중 보존과 활용 조치가 필요한 것을 등록한 문화재인데, 2001년에 비로소 시행되었다. 도시 개발의 역사와 난관을 반추하듯 고층 아파트 단지가 삼면을 둘러싸고 있다. 1925년에 한 일본 사업가에 의해 세워져 격변의 전환기를 겪어온 가옥을 여태껏 지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쓰였을지 가늠해보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시간의 흐름마저 잠시 멈춰 쉬어 가도록 하는 초량동 가옥은 2023년 5월 복합 문화 공간 ‘오초량’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 이곳이 16~17세기 유럽 지식인이 진귀한 사물을 수집하고 진열하던 공간에서 비롯된 <오! 분더카머(O! Wunderkammer)> 재개관전으로 첫선을 보인다. 한 세기를 훌쩍 넘긴 가옥에서 샤를로트 페리앙, 조지 나카시마, 한스 웨그너, 피에르 폴랑 등 여러 대가가 디자인한 진귀한 20세기 빈티지 가구가 한국 동시대 창작 공예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작품들은 해방 이후 한국인의 손길로 잘 보존된 이 목조 가옥의 정갈한 마룻바닥, 유리창과 창살, 기와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풀밭의 길목(초량의 뜻)에 호기심 어린 시선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한다.

VIEWER™S

부산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 | <많은 사람들>

미술관은 늘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 쉽지 않은 과제를 한 미술가와 함께 현명하게 풀어낸 전시가 열리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지하 1층 어린이갤러리에서 김홍석 작가가 마련하고 관람객의 협업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참여형 전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홍석 작가의 신작 12점 관람 외에도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의 관람객에게 스스로 작품을 제작하고 제목을 짓고 전시하는 기회를 제안한다.

김홍석 작가와 관람객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참여형 전시는 보는이가 일반적인 선입견, 개념을 앞세우지 않고 미술을 새로운 각도에서 일상적인 주제로 볼 수 있도록 초대한다. 경직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미술 형태에서 벗어나 스티로폼이라는 가볍고 파손되기 쉬우며 보존이 영구적이지 못한 재료로 작품을 직접 만드는 워크숍에 참여해볼 수도 있다. 참여한 이들의 작품은 별도 공간에 ‘상명대학교 소속 김홍석 씨’가 만든 스티로폼 작품과 함께 전시한다.부산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는 지하층에 자리한 까닭에 많은 사람이 자칫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만약 부산을 갈 계획이라면 놓치지 않고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SPEEKER™

롯데 아트 페어 부산 2023

아트 부산 기간과 맞물려 다양한 위성 전시와 아트 페어, 오픈 스튜디오 등이 아트 위크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롯데 아트 페어 부산 2023이 시그니엘부산에서 5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개최됐다. 순수 미술 갤러리들과 더불어 신경균 도예가를 비롯한 공예 작가, 신미경 작가의 특별전 등 예술, 디자인, 공예를 아우른 예술의 장이다. 이 시대의 라이프스타일, 패션, 뷰티,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함께 인큐베이팅하는 역할을 주도해온 스피커(speeker) 역시 이번 아트 페어에 참여해 김영진, 신모래, 샤이니 키×DHL 등의 작가를 소개했다.

Photo. Hwang Dana, Art Busan, Thaddaeus Ropac, Gallery Hyundai, Kukje Gallery, SPEEKER, Busan Museum of Art, Hyundai Motorstudio Busan
Colomnist. Hwang Dana
Editor Jeong 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