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조성민은 원단의 텍스처와 터치감을 중요시한다.

그동안 선보인 컬렉션 모두 각기 다르게 변주된 드레스가 존재한다. 제이든 초에게 드레스는 어떤 의미인가?
드레스를 통해 브랜드의 무드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어 시작했다. 멀리서 보아도 눈길을 사로잡는 볼륨감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퀼트, 비즈, 깃털 등 세밀함을 요하는 어려운 작업을 많이 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 있는가?
그러한 요소는 치열한 작업에 대한 순수한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물리적 상황과 시간 조율에 신경 쓰면서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에 한계를 느끼는 동시에 희열을 경험한다. 이 과정을 해낼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제이든 초의 실크를 보면 그것이 탄생되는 과정을 알고 싶다. 브랜드가 지키고자 하는 실크의 가치가 궁금하다.
제이든 초를 위해 실크를 제작하는 공장이 따로 있고, 내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1970~1980년대에 직조된 실크를 소량 구입해두기도 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모은 실크도 있다. 실크 소재를 구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열어두고 모색한다. 쓰지 않으면 허전한 필수적인 존재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소재에 99% 올인한다. 소재는 텍스처, 섬유의 종류, 패턴이나 제직 방식, 자수 등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가봉과 봉제는 실제로 옷을 입을 때 핏이나 균형을 잡아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많이 집중하는 편이다.

3만 2000개의 캐비아 비즈를 꿰어 만든 꽃다발 투피스 룩을 가장 애정하는 피스로 꼽았다. 이유가 있는가?
첫 번째 컬렉션 타이틀인 ‘A Bouquet’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풀어낸 피스다. 이 옷을 보면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팀원들과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찰나의 순간을 표현한 옷, 디자이너의 오기가 담긴 옷이다.

이번 화보를 찍은 포토그래퍼 신선혜 실장과의 관계가 특별해 보였다. 서로의 일이라면 이유 없이 도와줄 것 같았는데.
5~6년 전 내가 세트 스타일리스트로 일할 때부터 믿고 격려해 주셨다. 한 명의 작업자로 존중해주셨기 때문에 신선혜 실장님과 촬영하는 날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스튜디오로 향했다. 여러 방면의 사람들과 어울리게 해준 분이다.

퀼트 드레스와 슈즈는 모두 Jaden Cho.

디자이너를 닮은 팀을 꾸렸을 것 같다. 차분하고 섬세한.
어떤 마음으로 나와 함께하는지가 중요하다. 무엇을 해야 좋은 옷이 나오고 모두가 행복할지에 초점을 맞춘다. 많은 시간을 쏟은 만큼 직원들이 무언가를 얻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디자이너라는 업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자신이 지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건 무엇인가?
클래식하고 꾸준한 것도 좋지만 순간적인 찰나를 사랑한다. 지금 볼 때 기분 좋은 것. 시간과 공간이 맞아떨어질 때 오는 쾌감 같은 것. 이런 것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는 것에 만족감이 크다. 그게 바로 옷, 꽃, 공간이다.

초연하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새로운데 탄탄하고 뛰어나다. 그런 여유가 어디에서 오는가?
제이든 초만의 키워드를 생성한다. 산속에 있는 작은 샘물에서 물이 시작된다면 그 물이 바다에 갈 때까지 계속 지키는 것과 같다. 제이든 초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매 시즌 6개월 동안 열심히 키워드에 맞는 옷을 만든다.

어떤 서울을 꿈꾸는가?
낭만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도시였으면 좋겠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그런 도시. 디자이너로서는 우리가 노력하는 것만큼 오랫동안 궁금해하고 응원해주는 서울이기를 바란다.

photographer Shin Sunhye
editor Keem Hyobeen

model Song Kyungah, Kim Byul
hair Kwon Doyeon
makeup Lee sookkyung
assistant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