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김산은 각종 슈퍼마켓 봉투를 활용한 옷을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브랜드명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San Kim. 나 자신이다.

컬렉션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아이템마다 각각 애정과 사연이 담겨 있지만 초기 단계의 작업은 더욱 각별하다.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리서치를 가장 중요시한다. 시즌 단위로 컬렉션을 발표하지는 않기 때문에 원하는 재료가 구성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탐구한다.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고유의 언어뿐만 아니라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여 연구한다고 들었다. 이를 컬렉션에 어떻게 녹여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작업의 상당 부분을 열어둔다. 리서치 단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계획에 사로잡혀 더 좋은 가능성을 배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가령 리서치를 통해 모델을 캐스팅하다가 모델을 보며 새로운 방향성이 떠오르면 다시금 리서치로 돌아가는 식이다. 이 과정이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나만의 습관이다.

지금까지의 디자인 혹은 컬렉션에 영향을 미친 것이 있다면?
가지고 놀 장난감이 부족했던 유년기에 성수동 거리에 버려진 가죽 자투리나 산업폐기물은 나의 좋은 장난감이었다. 결핍은 창의력을 낳는다. 나의 디자인 중 일부는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서울은 당신에게 어떤 도시인가?
나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살아 있는 식물 같다. 화려하게 꽃피웠던 곳은 어느덧 그 꽃잎을 떨쳐내고, 떨어진 자리엔 새싹이 올라온다. 번화가와 높은 건물, 오래되고 좁은 골목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서울에 살고 있는 나조차 때때로 이방인처럼 느껴지게 한다.

서울에서 특히 소개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최근 성수동에서 경동시장 근처로 거처를 옮겼는데 굉장히 매력적인 동네라고 생각한다. 거리에 약재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히노키 탕에 들어간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경동시장 안쪽엔 스타벅스도 있다. 원래 폐극장이었던 곳인데 아주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풀어낸 부분이 마음에 든다.

브랜드가 어떤 사람에게 소비되기를 바라나?
타깃을 특정하고 작업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내 작업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브랜드의 뮤즈가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 길에서 만나는 행인이나 이웃집 아저씨 같은.

영국 출신의 날카로운 비평가이자 신인 디자이너를 사랑하는 세라 모어(Sarah Mower)가 당신이 웨스트민스터 졸업 작품 쇼에서 선보인 컬렉션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천재적인 메시지”라며 극찬했다고 들었다.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를 꿈꾸는가?
세라 모어의 극찬은 너무 감사하지만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가끔 아는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좋아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은 만큼, 느리지만 꾸준하게 배우고 성장하는 디자이너를 꿈꾼다.

지속 가능한 방식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도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산킴이 정의하는 지속 가능성이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도전’은 나에게는 거창하고 두려운 표현이다. 환경에 대한 책임을 인지하는 것. 그 최소한의 방향성만큼은 갖추고자 할 뿐이다. 그 방향이 진정성 있는 실천까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ditor Keem Hyob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