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삶의 무대를 옮긴 지 14년. 무엇이 그녀를 그곳에 뿌리내리게 했는지 그 원동력이 궁금했다.

아티스트 최미애는 제주시 구좌읍에서 비즈마마라는 공방이자 아틀리에를 운영중이다.

모델, 메이크업 아티스트, 대학 교수, 비즈 공예 아티스트 등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제주에서 생활해온 이야기와 공간 소개를 부탁한다.
제주에 온 지 14년이 되었다. 4년 전, 10년 동안 살던 집을 떠나 조그마한 2층 집을 얻었다. 집보 다 공방으로 운영 중인 비즈마마에서 작업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비즈마마는 건너편 소품 숍 ‘파 앤 이스트’ 사장님과 동물 구조 활동을 같이 하다가 제안을 받아 운영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학교 일로 서울에서 비행기로 출퇴근하며 운영하기도 했다.

제주에 거주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서울에 거주할 때 도시가 너무 복잡하다고 느껴 강원도 쪽으로 여행을 다녔다. 어느 날 서울을 떠나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강원도와 제주도를 두고 고민했는데 내가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까닭에 고민 끝에 제주도를 선택했다. 그러던 중 비즈마마를 운영하게 되었고 반려견 초코를 만난 후 학교 일을 그만 두고 제주에 완전히 정착했다.

송당마을에 둥지를 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모델 일을 할 때 주로 중문 쪽을 방문했기 때문에 제주 동쪽은 잘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동쪽에 서 자전거 여행을 했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서쪽이 번화한 느낌이라면 동쪽은 소박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

제주 생활과 서울 생활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성격이다. 서울과 달리 제주는 가고 싶은 장소로 언제나 떠날 수 있어 많은 것을 충족시켜준다. 특히 오름은 제주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산은 경사가 가파르고 오를 때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오름은 30분이면 정상에 도달한다. 그리고 아주 아름답다.

계속해서 새로운 작업에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요즘 또 관심을 두는 일이 있나?
새롭게 관심 가는 일이 생겼다면 이미 하고 있을 것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기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뒤돌아보지 않는다.

에스닉한 인테리어와 독특한 비즈 제품으로 가득한 비즈마마.

수공예 공방 비즈마마를 운영 중이다.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비즈 공예 작업이 눈에 띄는데 영감의 원천이 궁금하다.
비즈를 시작한 지 햇수로 10년이다. 비즈에 빠져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했다. 유튜브로도 공부하 고 잠금 방식도 따로 연구해 고안했다. 일본식 비즈와 멕시코식 비즈 두 가지 방법을 섞어 사용 중이다. 주로 위빙 트리로 시안을 짜 제작한다. 비즈 컬러가 정말 독특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날그날 느낌 가는 대로 작업하고 있다. 키우는 고양이에게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

바쁘지 않은 날에는 어떤 시간을 보내는가?
믿기 어렵겠지만 바쁘지 않은 날이 없다. 집에 하루 종일 있는 것이 훨씬 힘들다. 시간이 아깝다 는 생각에 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쯤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반려견 초코와 산책을 하고 비즈마마에서 작업한다. 그것이 나의 평범한 하루 일과다.

작품을 보면 고양이 가루와 봄비, 강아지 초코와의 인연이 각별한 느낌이다.
초코는 옆집 할머니가 기르던 강아지다. 편의점 앞에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왔다는데 한 달쯤 지나 초코를 집 바깥 돌기둥에 묶어 키우는 것을 보고 내가 데려왔다. 때마침 비즈마마 공사를 준비 중이었기에 초코를 키우게 되었고 곧 학교 일을 그만 두고 온전히 제주도에 머물게 되었다. 고양이도 두 마리 있다. 봄비는 올해 열아홉 살, 가루는 열일곱 살이다. 유기묘였던 봄비와 가루 또한 우연히 만났고 지금까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서울과 달리 제주는 가고 싶은 장소로 언제나 떠날 수 있어 많은 것을 충족시켜준다. 특히 오름은 제주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산은 경사가 가파르고 오를 때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오름은 30분이면 정상에 도달한다. 그리고 아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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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당오름에서의 산책.

제주에서의 식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다.
나이가 들면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보양식을 챙겨 먹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느 날은 집에서 간단히 감자나 고구마를 삶아 먹고 어느 날은 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최근에 갱년기를 겪으며 살이 많이 쪘다. 곧 60대가 되는 터라 남은 인생을 위해 두 달 동안 탄수화물을 끊고 채소를 많이 챙겨 먹었더니 10kg이 줄었다.

제주에서 좋아하는 공간을 꼽는다면?
건너편에 있는 소품 숍 파 앤 이스트를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헤어 아티스트 김정한이 운영하 는 카페 마마롱. 한동안 딸기 롤케이크를 만들 때는 그 케이크를 먹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왕복 두 시간 거리를 오간 적이 있을 정도다.

photographer Kang Hyunuk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