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자동차에 적용되는 신소재와 폐자동차의 부품으로 탄생시킨 제레미 스캇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은 무엇일까? 현대자동차와 제레미 스캇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현대 리스타일> 전시는 우리에게 환경에 대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현대자동차가 제안하는, 세상을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드는 방식에 귀 기울여보자.

미래를 살아갈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아름다운 지구를 남기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미디어에서 수도 없이 던진 질문이다. 지속 가능성, 친환경,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 등의 키워드는 패션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든 산업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아트 디렉터 서영희.

현재 수없이 대두되는 환경 이슈를 패션의 언어로 해석하고자 했고, 아트, 소재, 모델, 오트 쿠튀르 등 대중이 흥미를 느끼는 요소들을 전시 안으로 끌고 들어오려 노력했다. 지루한 언어가 아닌 보다 다이내믹하고 패셔너블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지속 가능성 메시지라면, 우리의 실천도 보다 다양하고 즐겁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지난 3월 성수동을 뜨겁게 달군 전시가 있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현대 리스타일>. ‘지속 가능성’을 테마로 한 이 전시는 수많은 패션 피플과 자동차 산업 관계자는 물론 대중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미래를 살아갈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아름다운 지구를 남기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미디어에서 수도 없이 던진 질문이다. 지속 가능성, 친환경,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 등의 키워드는 패션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든 산업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지구는 무한히 존재할 거라는 굳건하고 막연했던 믿음은 지난 몇 년간 빠르게 무너졌다. 지구를 보호하는 일이 절실해지면서 인간의 방만한 이기심으로 인해 망가진지구를 되살려야 한다는 전 지구적 목표가 생겼다. 환경을 지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구는 산에 나무를 심고, 누군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며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인다. 또 누군가는 환경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에디터가 자주 찾는 장소에는 ‘기후 위기 시계’가 놓여 있다.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을 나타내며 환경오염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졌을까?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산업과 패션이라는 ‘이종 산업의 결합’으로 신선하고 파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홍수처럼 넘쳐나는 지속 가능성 캠페인 속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인물을 발탁했는데 바로 제레미 스캇이다. 다채로운 컬러와 프린트, 위트 넘치는 디자인으로 알려진 제레미 스캇을 ‘현대 리스타일 2023’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선정하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도발적이고 쿠튀르적인 방식의 협업을 선보인 것!
이번 전시의 아트 디렉팅은 서영희가 맡았다. 그녀는 자동차 회사에서 바라보는 환경 이슈를 패션의 언어로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말한다. “현재 수없이 대두되는 환경 이슈를 패션의 언어로 해석하고자 했고, 아트, 소재, 모델, 오트 쿠튀르 등 대중이 흥미를 느끼는 요소들을 전시 안으로 끌고 들어오려 노력했다. 지루한 언어가 아닌 보다 다이내믹하고 패셔너블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지속 가능성 메시지라면 우리의 실천도 보다 다양하고 즐겁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이종 산업 간의 완벽한 결합은 그녀의 이런 오랜 고민과 진정성 있는 접근을 통해 탄생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방향을 조금 틀면 거대한 LED 화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복도가 나타났다. 화면 속 영상은 일상생활에서 너무도 쉽게 버려지는 페트병과 해변이나 부둣가에 버려진 폐그물, 그리고 사탕수수, 옥수수, 아마씨 등을 재가공해 신소재로 변화시키는 모습을 담았다. 복도를 지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행잉 작품을 마주했다. 갖가지 메탈과 유리 등이 공중에 부유하는 <나다라타 2023>으로 공예 작가 오화진의 작품이다. 오화진 작가는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것에 의미와 에너지를 부여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 폐기 처리된 와이퍼, 전선, 폐가죽, 헤드라이트, 룸 미러 등이 거대한 군집을 이루며 폐기물의 경계와 재활용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다음은 현대 리스타일의 아카이브(2019, 2020, 2021)가 펼쳐졌다. 윤리적 패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뉴욕 디자이너 마리아 코르네호(Maria Cornejo)와 함께 ‘버려지는 소재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자’라는 의미로 작업한 2019년 리스타일 컬렉션은 자동차 시트에 사용되는 가죽을 활용했다. 2020년에는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여섯 개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pushBUTTON, Rosie Assoulin, E.L.V. Denim 등)와 함께 자동차의 생산과 폐차 과정에서 폐기되는 소재를 재창조했으며, 2021년에는 ‘착한 소비’에 대해 고민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원마일 웨어(One-mile Wear)’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 3년간의 아카이브는 각 아카이브를 입은 ‘황금 다리를 한 소녀(Girl with Golden Legs)’라는 별명의 세계적인 톱모델 로렌 바서(Lauren Wasser)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2019년 리스타일 컬렉션을 입은 모델 로렌 바서.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과의 협업. 제레미 스캇은 이 작업을 ‘오트 쿠튀르로 재탄생한 이종 산업의 융합’이라 표현했다. 언제나 재기 발랄한 디자인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는 업사이클링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았다. 타이어의 휠을 허리 매듭 장식의 포인트로 활용했고, 사이드미러와 룸 미러는 조각조각 패치워크되어 드라마틱한 드레스가 되었다. 언뜻 길다란 깃털처럼 보이는 드레스 헴라인 장식은 폐자동차에서 떼어낸 와이퍼이고,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파워 숄더로 변신했다. 많은 사람이 시선을 떼지 못한 보디 컨셔스(Body Conscious) 스타일의 드레스는 자동차 내부에서 떼어낸 전선을 촘촘히 엮어 완성했다. 제레미 스캇은 여러 소재 중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현대자동차 전동화 차량에 사용되는 친환경 소재를 꼽으며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미래 소재에 대한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잠시나마 몸과 마음에 휴식을 안겨주는, 눈과 귀가 즐거운 요소도 곳곳에 있었다. 앞마당에는 이른 봄 날씨가 무색하게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했는데, 이는 친환경 공정 무역 기업의 물건을 소개하고 자연과 연결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마이 알레가 꾸민 정원이다. 지하 전시관으로 내려가면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거대한 식물 덩어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식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사방이 거울로 꾸며진 지하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이번 전시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은 감각적인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카이브 북을 올려놓은 우드 테이블은 김준혁 작가의 작품이다. 테이블 안에는 강력한 생명력을 지닌 이끼 장식을 두어 잠깐이나마 힐링의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현대자동차는 오랫동안 모빌리티의 미래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고 상상해왔다. 지금까지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는 망가져가는 지구의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혁신적인 솔루션만이 속절없이 흐르는 지구의 시간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리스타일> 전시는 자유로운 소재와 창의력, 경계 없는 시도와 끊임없는 혁신만이 지구의 시간을 보다 천천히 흐르게 할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Editor Shin Kyung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