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이고 대담한 컬러 플레이의 니트 브랜드 플라이스(Plys)와 자유롭고 리드미컬한 색감이 포인트인 브랜드 스페시맨 엔지니어링(Specimen Engineering)을 이끄는 디자이너 이승준을 만났다.

플라이스의 세컨드 브랜드인 스페시맨 엔지니어링에 대해 설명해달라.
‘Specimen Engineering’을 직역하면 표본 공학이라는 뜻이다. 옷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첫 표본을 만든 후 수정과 디벨롭 과정을 거쳐 완벽한 표본을 완성한다. 스페시맨 엔지니어링에서 다루는 그래픽도 미리 만들어둔 표본을 기반으로 색깔을 바꾸거나 사이즈를 수정하는데, 이런 과정이 표본 공학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한국에서는 내가 원하는 니트 생산이 쉽지 않아서 이곳에서 잘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만든 브랜드다.

스페시맨 엔지니어링은 색감과 배색이 돋보인다. 색을 고르고 배합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법으로 색감과 배색을 도출하는가?
사이클리스트가 입는 사이클웨어나 의약품 케이스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미니멀하면서도 어떤 약인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패키지 특유의 느낌이 있다. 일본 과자 봉지의 귀여운 그래픽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디자인 작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과정은 무엇인가?
리서치 과정에 집중하는 편이다. 또한 어떤 소재와 부자재를 쓸지 고민하는 과정을 가장 좋아한다.

절친한 친구이자 뮤지션인 죠지와 함께 촬영했다. 만나면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
서로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로 나올 음원을 미리 들려주거나 디자인 작업 과정을 말해준다. 근래에 먹은 맛있는 음식 등 사소한 이야기부터 앞으로의 여행 약속 등 다양하다.

플라이스 팀을 보면 전우애가 느껴진다. 친한 친구와 함께 있다고 느껴진다.
일하다 보면 가끔 불온전한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런 순간에 나를 지켜주는 친구들이다. 일 외적으로도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원한다고 들었다. 어떤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싶은가?
니팅으로 탈을 만드는 아티스트인 베르티안 포트(Bertjan Pot). 텍스타일을 활용하는 작가라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작업과도 연관성이 깊다.

어떤 것에 마음이 떨리는가?
색은 언제나 나를 떨리게 한다. 또한 그간 보지 못했던 색 조합에 설레기도 한다. 제일 떨리는 것은 미피 캐릭터같이 귀여운 존재.

브랜드의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아이템을 선보일 필요가 있기에 볼륨을 키워 보려고 노력 중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알리고자 한다. 또 플라이스의 모헤어 니트를 비롯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니트가 있어서 열심히 제작 중이다.

어떤 서울을 꿈꾸는가?
서울에서 브랜드를 진행하다 보면 브랜드의 색깔을 잘 구현해 주는 업체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좀 더 다양성을 갖춘 협업 업체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디자인 스튜디오 인턴십 시스템도 더욱 체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디자이너를 위해서라도 출발선에 있는 친구들을 지키고 응원해 주는 서울이 되기를 바란다.

photographer Choi Moonhyuk
editor Keem Hyobeen
model George
hair · makeup Park Junghwan
stylist Gong Seongwon
assistant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