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다. 런웨이에 쏟아진 트렌드 키워드!

Shoulder Power

2023년 F/W컬렉션을 통해 알 수 있듯 어떻게든 어깨를 부각시키는 것이 관건이겠다. 먼저 파워 숄더 실루엣은 1980년대 리브 고쉬 이브 생 로랑을 완벽히 재현한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이 단연 돋보인다. 위로 솟을 것만 같은 오버 재킷과 슬릿 펜슬 스커트를 매치해 클래식한 면모를 드러냈고 보잉 선글라스를 쓴 오피스 우먼들이 차례로 런웨이를 장악했다. 그 밖에도 레더 소재로 단단하고 세련된 룩을 선보인 프라다와 재킷에 후디를 함께 착용해 캐주얼하게 표현한 미우미우의 스타일링도 주목할 만하다. 파워 숄더가 재킷으로 어깨를 가리면서 실루엣에 승부를 걸었다면 이번에는 옷을 벗어던지고 어깨 라인을 그대로 내보일 차례. 바스트 라인의 구조적인 실루엣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루이 비통부터 테일러드 재킷을 재해석한 발망과 쇼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는 튜브 톱 드레스들까지. 이제 더 이상 가릴 때가 아닌 드러낼 때라는 외침이 들린다.

No Boundaries

남성들은 더 이상 정해진 바운더리 안에 있을 생각이 없다. 오래전부터 젠더리스라는 키워드는 패션계를 끊임없이 자극했고 이번 시즌 그들이 모두 함께 응답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클래식한 셔츠와 타이에 니트 롱 원피스를, 프라다는 시프트 실루엣의 베이식한 원피스를 선보이며 소프트 젠더리스를 표방했다. 또 레더 재킷에 울 스커트를 레이어링한 디올 맨은 보다 세련된 젠더리스 룩을 완성했고 오버사이즈 재킷에 비대칭 프릴 스커트를 매치한 메종 마르지엘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색다른 룩을 내보였다. 특히 디스퀘어드2가 그 열기를 한층 더했는데, 푸퍼 안에 걸친 란제리, 짧은 레이스 쇼츠와 부츠 위로 보이는 프레피 삭스 등을 선보인 것! 그들이 이번 시즌 젠더리스의 포텐을 터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ll Over Denim

데님은 언제나 옳다. 이번 시즌에는 ‘청청 패션’으로 불리는, 상의와 하의를 모두 데님으로 뒤덮은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슈트를 재해석한 룩을, 맥시멀리스트 뎀나 바잘리아는 팬츠 자락이 땅에 끌리는 오버사이즈 데님 셋업을 선보였다. 둥글고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의 데님 팬츠를 내놓은 알라이아는 우아한 자태를 뽐냈으며 데님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Blooming Runway

매 시즌 등장하는 플라워 모티프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샤넬의 시그니처인 카멜리아의 변주부터 잔디밭에서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을 보는 듯한 로에베의 드레스, 꽃이 피다가 오그라드는 과정을 담은 액세서리를 선보인 지방시, 새로운 소재의 아플리케를 사용하여 스커트에 풍성한 입체감을 더한 프라다까지. 곳곳에 감도는 꽃향기가 올가을 쇼장을 가득 채웠다.

Check Mate

2022년 펑크 문화를 이끌었던 여왕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난 후 이를 의식하듯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체크의 물결이 곳곳에 일렁였다. 그녀가 떠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남편인 안드레아스 크론탈러의 손길이 닿았고, 함께한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과감한 컷아웃, 유쾌한 패턴 등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불균형 속 균형이 돋보이는 사카이의 셔츠와 모던한 체크 변형을 다룬 버버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의 컬렉션도 주목할 만하다.

Earth Color Therapy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차분하고 깊이감 있는 어스 톤이 곳곳에서 런웨이에 스며들었다. 사막의 모래가 생각나는 드라이한 베이지 컬러와 촉촉한 흙이 떠오르는 딥 브라운 컬러, 단단한 채석이 연상되는 그레이 컬러의 행렬이 이어졌다. 싱그러운 나뭇잎을 드레스로 구현한 아크네 스튜디오부터 고고하고 리치한 컬러감을 표현한 에르메스, 캐주얼한 원 톤 스타일링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 르메르의 컬렉션까지. 올가을 옷장을 풍요롭게 채워줄 컬러는 단연 어스 컬러다.

Pastel Wave

올 가을에는 파스텔 가루가 흩날린다. 부드러운 꽃향기가 코끝을 스치듯 산뜻한 컬러들이 런웨이를 훑고 지나갔다. 유니폼을 변형시켜 미니멀한 실루엣에 컬러감을 더한 프라다와 재치 있는 과일 프린트를 선보인 질 샌더 외에도 막스마라, 에르메스, 아미 등 여러 브랜드에서 일상에 포근함을 더할 컬러로 런웨이를 물들였다.

Daring Silhouette

란제리와 레이스의 공통점은 바로 과감함. 여러 가지 시도가 담긴 아이템이 줄을 이은 가운데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원 숄더 드레스에 보일 듯 말 듯 브라 톱을 걸쳐 긴장감을 연출했고 오프화이트는 온몸을 레이스로 뒤덮고 보디의 굴곡을 살려 섹슈얼한 머메이드 룩을 완성했다.

See Through!

런웨이에는 시스루 룩이 가득했다. ‘드러내는 동안 가리고, 가리는 동안 드러낸다’는 테마로 전개한 스포트막스는 속이 훤히 비치는 드레스와 티셔츠에 또 다른 시스루 이너 웨어를 매치하여 대담한 레이어링을 선보였고, 캐주얼한 후디의 소매를 변형해 투명한 오간자로 제작한 꾸레주는 아방가르드한 실험 정신이 돋보였다. 이 외에도 프릴 드레스에 트렌치코트 디테일을 더한 메종 마르지엘라와 원피스와 이너 웨어를 함께 착용하여 노출을 줄인 펜디의 실용적인 스타일링도 주목해볼 것.

Artistic Touch

패션과 아트는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지난해 독특한 캠페인과 비주얼로 전 세계를 누빈 루이 비통과 쿠사마 야요이의 컬렉션이 이를 방증하듯 패션과 아트의 만남은 항상 화제를 몰고 온다. 맨즈웨어 컬렉션을 휘감은 아티스틱 패턴은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루이 비통의 게스트 디자이너인 키드슈퍼(KidSuper)의 컬렉션은 모든 룩을 아티스틱한 프린트로 가득 메웠다. 매번 새로운 시도와 이국적인 프린트 디자인으로 우리의 영감을 자극하는 드리스 반 노튼과 푸퍼에 프린트된 환한 미소가 초현실적인 무드를 나타내는 디젤의 컬렉션도 주목해볼 것!

Steady Leather

지난 컬렉션에 이어 맨즈 컬렉션에는 두드러진 컬러 레더의 향연이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장엄한 쇼를 기획한 베르사체는 늘 그렇듯 정밀하게 재단된 레더 아이템을 쏟아냈고 비정형의 미학을 표현한 준지는 레더 소재를 적극 활용해 새롭게 재해석한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 또 컬러 레더로 미니멀의 정수를 보여준 질 샌더와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완성한 로에베의 톱은 레더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Off Beat Line

기존의 틀을 깬 라인이 런웨이를 뒤덮었다. 샤넬은 트위드 소재의 톱을 원 숄더로, 릭 오웬스는 보디라인이 도드라지는 원 숄더 드레스를 활용해 고스 무드를 살렸고 스카프를 두른 듯한 절묘한 라인을 선보인 스텔라 맥카트니는 와이드 팬츠와 함께 매치해 시크하고 드레시한 룩을 선보였다. 더욱 다양해진 비대칭 라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Rhythmical Knit Play

니트웨어의 대담한 변주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실루엣과 기법으로 과감하게 변모한 채 손으로 직접 뜬 듯한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기법의 니트웨어를 선보인 이자벨 마랑부터 트위스트 무늬의 크림 컬러 니트웨어로 클래식에 우아한 위트를 더한 디올 맨, 얽히듯 짜인 이너 웨어 위로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로브로 낭만적인 실루엣을 보여준 드리스 반 노튼의 맨즈웨어 컬렉션까지. 새로운 시즌, 더욱 특별하게 무장한 니트웨어의 변화무쌍한 자태에 주목해보자.

Shorty Boom

2023년 S/S 컬렉션에서 켄달 제너가 착용했던 보테가 베네타의 하의 실종 룩에 뒤이어 F/W시즌에는 짧디짧은 마이크로 미니 쇼츠가 쏟아졌다. 미우미우는 그대로 외출을 감행해도 무방할 리얼 웨이 룩으로 현실적인 제안을 했고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슈트 셋업에 볼드한 벨트로 포인트를 주어 드레시한 룩을 완성했다.

Big, Plenty, Hug!

매 시즌 쏟아져 나오는 특별한 백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특이한 형태, 색색의 컬러로 화려하게 변모한 백을 감상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즐거움이다. 백을 대하는 유니크한 애티튜드가 돋보이는 런웨이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유연한 실루엣의 빅 백을 품 안에 쏙 안아 들거나 여러 백을 함께 매치하여 개성 있는 룩을 완성하는 것이 핵심. 2023년 S/S 시즌부터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빅 백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페라가모는 각진 형태의 짙은 네이비 백을 끌어안으며 시크한 매력을, 보테가 베네타는 두 개의 백을 무심하게 들어 진정한 리얼 웨이 룩을 완성했다. 또 로에베의 구조적인 실루엣이 드러나는 빅 사이즈 백까지 다채로운 백 아이템으로 에지를 더해보자.

Perfect Point

완벽하게 완성된 룩에 하나의 포인트를 더해 두 배로 완벽해질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룩에 넥타이를 매치한 발렌티노의 블랙 타이 컬렉션이 이를 증명한다. 클래식한 화이트 셔츠에 넥타이와 코르셋을 매치하여 색다른 룩을 완성한 알렉산더 맥퀸도 주목할 만 하다. 또 다른 포인트인 리본도 빠질 수 없다. 벨벳 소재의 스틸레토 힐에 리본을 얹어 페미닌한 매력을 더한 로에베와 목을 칭칭 휘감은 거대한 리본이 돋보이는 안드레아스 크론탈러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빅 사이즈 리본 헤어핀을 선보인 파투까지. 힘 있는 디테일의 위력을 다시금 느껴보자.

Something Diffrent!

기존의 틀을 깨고 위트가 가미된 백 아이템들이 대거 출몰했다. 대표적으로 루이 비통은 하우스의 외관을 본뜬 백을, 펜디는 부드러운 바게트 모양의 엄브렐러 백을 선보였다. 당신의 선택은?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