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일본 전통의 뿌리를 잃지 않는
신진 브랜드 ‘셋추(Setchu)’. 2024년 S/S 컬렉션에서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옷이 인체와 만나 무한하고 입체적인 창조물이 되는 과정에 주목하며 옷의 본질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매년 가장 주목할 만한 신진 패션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2023 LVMH 프라이즈의 최종 우승자는 셋추를 이끄는 디자이너 사토시 구와타(Satoshi Kuwata)에게 돌아갔다. 교토에서 태어난 그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후 지방시, 골든 구스, 이든, 카니예 웨스트 등과 컬래버레이션하며 커리어를 쌓았고 런던 새빌 로에서 정교한 재단 기술을 터득했다.

2021년에는 밀라노를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 셋추를 설립하여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명은 일본어 ‘와요 셋추 (Wayo Setchu)’에서 비롯되었는데 ‘와요’는 일본과 서양을, ‘셋추’는 절충을 의미한다. 19세기 일본이 서양 문화를 받아들여 녹여냈듯이 사토시는 두 문화의 융합을 통해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있다. 2023년 6월 사토시는 밀라노 폰다치오네 소차니에서 선보인 2024년 S/S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브랜드 철학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번 컬렉션은 일본식 종이접기인 오리가미를 연상시키듯 옷의 봉제선이 두드러졌고 전통 다다미 위에 전개되었다. 일본적 미니멀리즘과 새빌 로에서 익힌 서양의 섬세한 테일러링 기법은 셋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기능성으로 나타났다. 기능에 대한 그의 집착은 낚시와 여행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우러났다고 할 수 있다. 영구적인 주름이 잡혀 있어 구겨질 염려 없이 여행 가방에 넣을 수 있는 포멀한 더블 재킷, 비대칭 스트랩을 이용해 드레스로 바꿀 수 있는 셔츠 등 다양한 디테일이 대표적인 예다.

사토시는 자신의 옷이 시티 라이프와 아웃도어 라이프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편한 동시에 우아한 삶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선보인 비디오 디렉터 마시밀라노 봄바 (Massimilano Bomba)의 영상은 다양한 착용 방법과 함께 바닥의 다다미 위에 옷을 평면적으로 전개해 옷의 기능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마시밀라노 봄바의 영상 속 모델들은 옷의 다양한 착용 방법을 제시한다.

셋추는 매 시즌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기보다는 원점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패션쇼의 광적인 리듬을 좇기보다는 옷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보여주는 것을 지향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인 이 시대에 수공과 창의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어느 때보다 지속 가능성이 절실히 필요한 오늘날, 셋추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correspondent Son Haeb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