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표가 함께 부리를 이끌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Ham Minjeong (이하 H) 원래 나는 부리를 애정하는 고객이었다. 부리 옷이 나에게 너무 잘 어울리고, 부리 옷을 통해 스스로 멋있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의 강점, 경쟁력, 역량 등에 대해 조은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친해졌다. 결국 부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부리 피플(Bourie People)에서 부리 패밀리가 되었다.

부리 의상의 실루엣에서 한복에 쓰일 법한 부드러운 곡선미가 느껴진다.
Cho Eunhye (이하 C) 실제로 한복 실루엣을 아주 좋아하지만 한복적 요소에 의도적으로 집중한 적은 없다. 한국적인 선이라기보다는 선 자체를 좋아한다. 모든 사람에게 자기만의 필체가 있듯 디자이너도 각자가 그려내는 특유의 선이 있다. 선을 그려 면을 만들고 그것을 입체적으로 조합하는 과정이 패턴 작업인데, 내가 좋아하는 선이 패턴으로 적용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부리 고유의 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디자이너마다 집중하는 부분이 다른데 나는 패턴을 만들 때 병적으로 집착하듯 파고든다. 가장 즐겁게 하는 작업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벨벳 소재 재킷과 팬츠는 모두 Bourie.

화보에서 착용한 타이드 리본 머플러는 부리가 아닌 ‘지속 파흐 부리(Geesoc Par Bourie)’라는 레이블을 달고 있다. 부리의 세컨드 브랜드인가?
H 부리의 옷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버리지 않는 옷을 만드는 것’이다. 업사이클링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성의 시작은 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부리의 옷 자체가 근본적으로 서스테이너블하다고 본다. 지속 파흐 부리는 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독립적인 레이블이다.
C 지속 파흐 부리는 절대 새로운 디자인을 하지 않고, 새로운 원단을 주문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규칙을 따른다. 부리 컬렉션을 제작한 후 남은 원단만으로 재단하다 보니 극소량만 제작한다. 한 벌 나오는 것도 있고, 많아야 여덟 벌 정도다.

부리의 데님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실루엣도 컬러도 모두 특별하다.
H 부리의 수많은 아이템 중 데님에 가장 자부심이 크다. 세상에 데님은 많지만 부리가 가진 핏은 유일무이하다. 패턴이 아무리 좋아도 소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현되지 않는데 그런 의미에서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전체 데님의 90% 정도는 일본의 구로키(Kuroki)나 오카야마(Okayama) 같은 고급 소재를 사용한다.
C 부리 데님은 직접 입을 때 핏에서 오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 데님 고객의 재구매율이 또한 높다. 부리의 옷은 무게감이 있는데 그 묵직함이 데님과 어울릴 때 재미있는 연출이 가능하다.

부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리 피플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이 부리 피플이었으면 좋겠는가?
H ‘어떤 사람이 부리를 즐겨 입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자신만의 일을 가진, 끊임없이 성장하고 도전하는, 고되고 힘들지만 그것들을 이겨내는, 그 과정 속에서 성취를 이루는, 신념을 가진, 이 세상 속에서 아름답고 멋질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에 관심을 가진, 실천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부리 피플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을 위해 불편하거나 과장되지 않는 옷이 부리였으면 좋겠고, 부리 옷을 입고 언제 어디서든 시선을 받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많이 소비하기보다는 훌륭한 제품을 알아보는 안목 있는 사람이 입었으면 좋겠다.

만날 때마다 항상 부리 옷을 입고 있다. 부리 컬렉션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C 언제나 데님인 것 같다. 데님 팬츠에 폼(Form) 재킷을 즐겨 입는다. 주말에 급작스럽게 외출할 때도, 오늘처럼 인터뷰 자리에 나올 때도, 평소 출근할 때도 항상 데님을 입는다. 부리의 데님은 거의 다 갖고 있다.
H 암스(Arms) 재킷과 암스 코트. 내 체형을 완벽하게 보완해준다. 계절, 컬러, 시즌에 상관없이 모든 암스 컬렉션을 다 가지고 싶을 정도로 애정한다. 우디 팬츠와 요즘 즐겨 입는 텐트 드레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새롭게 준비하는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C 부리만의 감성이 담긴 액티브 웨어의 론칭을 준비 중이다. 나와 함민정 대표 둘 다 굉장한 운동 마니아다. 요가, 등산,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하는데 운동할 때 입는 옷에 갈증이 있어 적극적으로 기획했다. 다양하게 섞어 재미있는 연출이 가능한 옷을 만들고 싶었다. 헝클어지고 땀에 젖은 헤어스타일과 어울릴 것 같은 바람막이, 스웨트 셔츠 등 컬러나 스타일링 면에서 부리 옷 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준비 중이다. 브랜드 이름은 ACS. ‘아차산로 1’에서 따왔다.
H 일단 10주년 기념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해외 비즈니스를 하면서 결국에는 자국에서 단단히 서 있어야 해외에서도 좋은 브랜드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올해는 좀 더 공격적인 리테일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

photographer Zoo Yonggyun
editor Shin Kyungmi
model Han Hyejin
hair Han Jisun
makeup Lee Bom
assistant editor Lee Yu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