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개척 시대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디테일로 웨스턴 무드를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하게 변주한 잉크(EENK)를 만났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혜미.

‘EENK’의 의미는?
어릴 때부터 활자에 대한 호기심과 이미지를 수집하려는 욕구가 컸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하다가 ‘Ink’ 와 ‘Letter’가 떠올랐다. 내 이름 이혜미의 끝 모음을 알파벳 ee로 표기하는데 그것에서 착안해 새로운 단어 ‘EENK’를 만들었다.

잉크를 얘기할 때 레터 프로젝트(Letter Project)를 빼놓을 수 없다.
시작은 B였다. ‘B For Beanie’, ‘C For Clutch’부터 ‘H For Handbag’까지 액세서리 아이템을 전개했고, 이후 ‘I For Indigo’, ‘J For Jean’으로 이어진 레디투웨어가 현재 X까지 진행되었다.

다음은 어떻게 되나?
이니셜 Y, Z, A가 남았다. 기존에 레터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는 A를 ‘A For All’, ‘A For Archive’로 정한 토털 컬렉션과 아카이브 전시를 구상했는데, 토털 컬렉션이 빠르게 전개되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고민 중이다. 모든 알파벳을 마친 후 레터 프로젝트를 한 바퀴 더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네이비 더블브레스트 트렌치코트, 스카프 블라우스, 플레어 맥시 스커트, 블랙 퍼 부츠는 모두 EENK.

10년 넘게 전개해 온 잉크의 수많은 컬렉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이 있다면?
2018년 F/W 서울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너레이션 넥스트’로 선정되어 한 달 안에 준비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었다. ‘K(Knit)’를 주제로 한 니트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단순히 그 당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나열한 것이었다. 돌아보면 지금의 잉크를 있게 해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대중에게 레디투웨어를 전개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준 시즌이기도 하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완벽한 실루엣을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패턴을 열심히 탐구하는 편이다. 끊임없는 패턴 수정 작업을 하는데 적게는 네 번에서 많게는 일곱 번까지 이어질 때도 있다.

골드 뷔스티에 드레스, 블랙 벨트, 퍼 부츠는 모두 EENK.

잉크는 밀도 높은 컬렉션에 대중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국내의 패션 기업에서 10여 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한 덕이다. 뛰어난 기획과 시장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자인하다 보니 대중의 마음을 끄는 요소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듯하다. 또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로서 풀지 못했던 창작 욕구를 잉크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두 가지가 섞여 현재 잉크의 근간을 이룬 듯하다.

레드 벨티드 롱 드레스, 퍼 부츠는 모두 EENK.

잉크는 경계 없이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성 브랜드 텐먼스(10month)와의 협업, 스튜디오 드래곤과의 드라마 협업, 영화감독과 진행한 패션 필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딩을 전개하고 있다. 매번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방면으로 도전 중이다. 브랜드를 선보이고 유지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하기에 잉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오래 남을 수 있었으면 한다.

photographer Yoon Songyi
editor Lee Yujin
model Kwak Jiyoung, Jung Hayoung
hair · makeup Park Junghwan
assistant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