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김지용의 모든 옷은 이 세상에 단 한 피스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선 블리치 기법을 통해 평범한 패브릭을 아름답고 온전한 오브제로 만들어내는 김지용의 독보적 아이덴티티.

햇볕의 온도와 시간, 바람의 세기, 습도 등에 따라 패브릭에 조금씩 다른 무늬가 만들어진다. 동일한 패턴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지용킴의 의상.

첫 만남인 성수동 플라츠2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Jiyongkim Exhibition>이 국내 첫 전시회였다. 프라이빗 오프닝 날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응원하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요즘은 다음 컬렉션의 프레젠테이션 준비로 바쁘다. 재미있는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지용킴 전시 프로젝트에는 원단을 이용한 아트워크가 빠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컬렉션의 콘셉트 구상과 기획에 접근하는지 궁금하다.

가장 자신 있는 작업이 원단을 다루는 일이기에 원단을 활용한 아트워크를 많이 구상하게 된다. 다만 단순히 패브릭을 진열하는 방식의 전시가 아니라 각 시즌 콘셉트가 전시 공간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한다.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하는 오브제도 있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만들어놓고 사용한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원단을 만들거나 그 원단을 다루는 방식도 치열하게 연구한다.

점프슈트는 Jiyongkim. 슈즈는 디자이너 소장품.
점프슈트는 Jiyongkim. 슈즈는 디자이너 소장품. 
재킷, 셔츠드레스, 팬츠는 모두 Jiyongkim. 슈즈는 디자이너 소장품.
재킷, 셔츠드레스, 팬츠는 모두 Jiyongkim. 슈즈는 디자이너 소장품.
재킷, 슬리브리스 톱, 스커트처럼 활용한 화이트 패브릭은 모두 Jiyongkim.
셔츠와 팬츠는 모두 Jiyongkim.

당신을 필두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원들의 역할이 돋보이더라.

선 블리치는 태양과 바람, 햇볕에 노출시켜 자연스러운 패턴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작업하다 보니 아주 덥거나 추운 날씨에도 바깥에서 오랫동안 일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같이 견디다 보면 팀 동료 이상의 깊고 진한 연대감이 생기게 된다. 이 팀원들과 함께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다. 최고의 팀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다양한 아트워크를 통해 지용킴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한가?

디자인, 이미지 구성, 아트워크 제작은 답이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입점한 숍이 늘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탄탄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무엇인가?

지용킴의 모든 패브릭은 자연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선 블리치가 완성되는 데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다음 많이 할애하는 부분은 컬렉션 전체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자연 친화적인 지용킴 컬렉션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와 떼놓을 수 없다. 지용킴이 정의하는 지속 가능성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했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성과 연결되었다. 특히 졸업 작품으로 발표한 컬렉션은 원단부터 작은 부자재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직접 수집한 것으로만 이뤄졌다. 그때 사용한 벨벳 원단 중에 오래된 무대 장식용 원단도 있었는데 요즘 만들어지는 원단과는 패턴이나 무게, 촉감 등이 다르다. 나는 예전부터 이렇게 오래된 것이나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곧잘 느껴왔다. 굳이 새것을 찾지 않는 것, 오래된 것에서 새 매력을 찾아내는 일, 자연이 만들어내는 선 블리치 패턴처럼 자연스러운 것. 이런 모든 것이 지속 가능성이 아닐까.

김지용은 자연이 그려낸 색감과 패턴, 섬세한 드레이핑을 중요시한다.

지용킴의 케어 라벨은 수기로 작업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23년 S/S 시즌까지는 케어 라벨을 직접 수기로 작업했고 2023년 F/W 시즌부터는 주문 수량이 많아져 인쇄 형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수기 작성도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케어 라벨을 제작할 때 최소 주문 수량이 주문받은 양에 비해 너무 많았다. 남아서 버리게 되는 비합리적 방법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수기로 적는 케어 라벨을 제작했다.

재킷, 팬츠, 팬츠에 두른 화이트 패브릭은 모두 Jiyongkim. 슈즈는 디자이너 소장품.
화이트 셔츠는 Jiyongkim.

지용킴이 만들어내는 디자인에서는 항상 진솔함이 느껴진다.

우리만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에서 힘이 느껴지는 옷을 보면 기분이 너무 좋다. 햇볕에 그을려 탄생하는 음영은 화학약품이나 프린트에 의해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깊이가 존재한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과 패턴은 보는 이를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도쿄와 런던을 거쳐 서울에 정착했다. 어떤 서울을 꿈꾸는가?

서울에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이 외국으로 가지 않아도 패션에 대해 많이 배우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노력해 만들어야 하는 미래라고 생각한다. 현시점에서 국내 패션 브랜드들을 보면 내가 꿈꾸는 서울이 가능할 것 같다.

photographer Lee Junkyoung
editor K
een Hyob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