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안웅철은 2년 전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제주도 사진 컬렉션 <곶자왈>과 개인전 <마음을 잇는 집> 등 제주와 함께했던 인연이 각별한 만큼 제주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특별하다.

수많은 CD가 있는 책장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안웅철의 마음이 느껴진다.

제주에 언제 왔나?
2022년, 제주에 내려왔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가능한 한 여러 해 살아보려 한다. 현재 거주하는 집은 아파트와 빌라를 제외하고 편안하면서도 특별한 주거 공간을 찾다가 소개받았다.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한라산이 보이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제주에서 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확실한 동기는 없다. 50여 년간 살아온 서울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작업하며 자주 사진을 찍었던 곶자왈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제주로 향했다.

제주에서 라이카와의 작업, 개인전 <마음을 짓는 집>을 펼치고 <곶자왈> 시리즈를 촬영했으며 현재 이곳에 거주할 정도로 제주와 각별하다. 작가에게 제주는 어떤 공간인가?
영감을 불어넣는 곳. 온전히 내 마음과 정신을 편하게 해주는 곳. 무엇보다도 창작의 열망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개인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에게 제주 생활은 남다를 것 같다. 서울 생활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서울의 문화적 혜택이 조금 목마를 뿐이다. 제주에 거주하면서 자연스레 모임이 줄어들고 소비도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점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멈춰 있는 공간을 뷰파인더에 담는 시선이 감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그 영감을 자극하는가?
나는 사진 작업의 영감을 다른 곳에서 찾고는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이다. 평범한 음악 듣기가 아니라 조금 마니아적인 감상이다. 물론 책과 영화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화가의 그림은 나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카모토 류이치, 손열음, 정명화, 김광석 등 오래전부터 음악인과 관련된 작업을 무수히 해왔다.
음악은 사진 못지않게 좋아하는 장르다. 어릴 때부터 음악과 친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가와의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특히 사카모토와의 작업은 뉴욕에서 이루어졌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의 작업도 특별했다. 그녀가 나와 작업하기 위해 2년을 기다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감격이었다. 물론 그녀의 스케줄이 바빴던 이유도 있지만 말이다.

세련된 취향이 돋보이는 그림과 오브제들이 가득한 아티스트의 거실.

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제주도 곶자왈에서 시작된 피아니스트 이루마와의 작업이 궁금하다.
이루마에게 먼저 전화가 왔다. 새로 음반 작업에 들어가는데 나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항상 음악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지 만 누군가가 내 사진에서 영감을 받는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가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곶자왈 작업을 보여 주었고 그는 그 사진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후 그 음악을 다시 영상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작가의 <스틸 라이프(Still Life)>를 매우 흥미롭게 감상했다. 어떤 작업이었는가?
스틸 라이프는 보통 일상적인 풍경 사진을 말한다. 단어 자체도 마음에 들었지만 평소 즐겨 듣는 팻 메스니(Pat Metheny)의 앨범 <스틸 라이프 토킹>에서 차용했다. 이 작업 역시 사진과 여행, 음악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나의 단편적이면서 자전적인 일기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2010년까지 작
업한 사진을 장소나 테마별로 정리한 포트폴리오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후 2020년까지 그것을 정리한 에세이 <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발표했다.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ECM과 작업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2014년부터 ECM 레코드와 작업했다. 어릴 때부터 ECM의 음악을 들으며 꿈을 꾸었던 나로서는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다. 매년 ECM에 포트폴리오를 보냈고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30개의 앨범을 작업하게 되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유일하다.

제주는 눈부신 자연을 품고 있는데 그중 태풍이 부는 바닷가를 참 좋아한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구경하다 보면 어쩐지 성스럽기까지 하다. 그냥 흘러가는 구름도, 매일 보는 파도도 항상 새로운 경관이며 많은 영감을 북돋아주는 곳이 제주다.


상대적으로 바쁘지 않은 날에는 제주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가?
제주에서도 서울 못지않게 부단히 움직이며 시간을 보낸다. 1년 동안 이 섬 안에서 2만 km를 달렸다. 그냥 흘러가는 구름도, 매일 보는 파도도 항상 새로운 경관이며 많은 영감을 북돋아주는 곳이 제주다.


제주 생활 중 잊지 못할 기억이나 좋아하는 공간을 꼽는다면?
제주는 눈부신 자연을 품고 있는데 그중 태풍이 부는 바닷가를 참 좋아한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구경하다 보면 어쩐지 성스럽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진 작업과 디지털 아트를 병행하고 있는 아티스트로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궁금하다.
여력이 되는 대로 여러 공간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찍고 싶다. 언제까지 제주 생활을 하게 될지 모르겠으나 이전부터 작업해온 곶자왈 사진을 정리하여 근사한 책을 내는 것이 바람이다.

photographer Kang Hyunuk
editor Kim S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