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김민주.

2015년 F/W ‘Hero’s Eyes’ 컬렉션을 시작으로 2023년 S/S ‘Fairy’s Wish’ 컬렉션까지 16회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렇듯 많은 시즌을 거치면서 지키고자 한 점이 있다면?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다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중심으로 나만의 색깔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 점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컬렉션을 통해 성장하는 디자이너로서 콘셉트를 잡고 스토리를 구성하여 옷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브랜드의 시작과 같은 모습이기를 바란다.

한국인 최초로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V&A)박물관 무대에 섰다. 피날레에서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인사하러 나오는 밝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패션쇼를 무사히 마친 소감은?
디자이너로 해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런던에 도착해 런웨이를 준비할 때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릴 때 알았던 V&A와는 또 다르게 더 크고 웅장하게 느껴졌다. 티켓이 3분 만에 매진되고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현장의 분위기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V&A에서 열린 패션쇼의 주제는 ‘바리(Bari)’로 한국 신화에서 저승을 관장하는 신 ‘바리공주’에서 영감을 받아 풀어냈다. 나의 백 그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의도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한국적 요소가 나의 강점인 것 같다.

가장 애정하는 컬렉션은?
나의 희로애락을 담은 모든 컬렉션이 소중하지만 역시 V&A 런웨이에서 선보인 바리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옷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다. 우리에게 매 시즌 새로운 콘셉트와 소재 개발, 디자인 구상 등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과정이 탄탄하면 좋은 옷은 물론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분명히 생긴다.

어떤 것에 마음이 떨리는가?
우리 옷을 입고 행복해하는 모습. 옷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람들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 정, 혹은 삶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아서 좋다.

매 시즌 컬렉션의 주제가 담긴 아트워크를 직접 그린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의상과 연결되는 민주킴만의 무드가 돋보인다.
콘셉트가 정해지면 무조건 그와 관련된 그림을 그린다. 매년 쌓이는 아트워크는 민주킴에게는 좋은 아카이브이자 재산이고 나 자신을 훈련시키는 과정이므로 절대 놓을 수 없는 요소다.

협업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
하고 싶었던 것, 좋아하는 것이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의미가 있는지, 배울 수 있는지도 중요하고. 협업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사적인 고민도 거친다.

1980년대 지어진 구옥에 디자이너 김민주의 취향을 가미한 매장 입구.

넥스트 인 패션(Next in Fashion), H&M 디자인 어워드 우승 등 화려한 이력으로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조언한다면?
자신감을 가지려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만큼 인내하고 실력을 키워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계속해야 한다.

브랜드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좋은 기억을 안겨줄 수 있는 디자이너이자 꾸준히 노력하고 성장하는 브랜드로 오래 남고 싶다.

마지막으로, 서울은 당신에게 어떤 도시인가?
예의 바르면서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 혹은 열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홈그라운드라서 편한 것도 있지만 동네마다 다른 분위기가 좋다. 이 도시 안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채워 나가고 소통하는 시간이 즐겁다.

editor Keem Hyob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