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가 맞물린 지난 2023년 5월 첫 주, 전국에 때아닌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강풍과 폭우가 부산 해안을 어김없이 강타 했지만 도시에 군집한 국내외 미술 애호가의 열정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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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LOVER™S, 아트 부산 2023

지난 5월 4일, 아트 부산 2023의 프리뷰 시작이 예정된 오후 2시가 채 되기 전, 벡스코 전시장 입구에 몰려든 방문객들이 밀물처럼 안으로 밀려들었다. 지난 몇 년간 부산을 휴양과 예술을 결합한 문화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 아트 부산은 올해로 12년째를 맞아 축구장 약 네 배 면적에 달하는 공간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해외에서 부산을 찾은 34개 갤러리 등 총 22개국 145개에 이르는 국내외 유수 화랑의 부스들은 엄선된 작품을 앞세워 4일간의 여정에 임했다. 2023 에디션에서는 국제갤러리, 학고재, BB&M 등 일부 참여 갤러리의 경우 대표작을 보여주는 메인(Main) 섹션, 그리고 독창적 시각 언어를 지닌 젊은 작가에 초점을 맞춘 퓨처(Future) 섹션을 한데 선보이며 공간에 제약받지 않은 구성과 촘촘한 기획으로 다양성을 불어넣고자 했다. 로버트 테리엔(Robert Therrien), 다니엘 뷔랑(Daniel Buren), 김종학을 비롯한 거장과 더불어 박한샘, 장건율, 황원해 등 부산 지역 연고가 있는 청년 작가의 작품이 선보였고 인공지능(AI)과 관객의 뇌파가 공동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브레인 매핑(Brain Mapping)까지 다채로운 커넥트(Connect) 특별 전시 프로그램 역시 전시장 곳곳을 메우며 한층 흥미를 더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챗도슨트 프로그램도 처음 도입되어 화제를 모았으나 배움에 목마른 이들은 여전히 전문가가 전하는 도슨트 투어를 찾았다.

갤러리현대는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세계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부스를 꾸몄다. 오늘날 한국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민정, 유근택, 신성희 등의 대표작부터 이우환과 도예가 박영숙이 협업한 자기 작업에 이르기까지 중견 및 신진 작가의 추상과 구상, 도자와 설치작이 두루 출품됐다. 영국 출신 작가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시간에 대한 시적 유희를 담아낸 작품, 마티스, 호크니 등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차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술사를 유쾌하게 재해석하는 사이먼 후지와라의 서울 전시 미공개작, 케니 샤프의 조각 연작 등도 함께 전시했다. 아울러 5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첫 공개 후 오는 9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내년 1월 해머 미술관으로 순회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전의 주요 참여 작가인 이승택, 이건용, 이강소 작품이 소개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

갤러리 바톤은 특정 사조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채집한 이미지에 예술적 상상력을 가미해온 작가를 발굴하고 탐구하는 데 탁월하다. 이번 아트 부산 2023에서는 배윤환, 리암 길릭, 허우중 등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부스 외에도 최근 서울의 갤러리 바톤에서 막을 내린 개인전의 주역 미야지마 타츠오를 내세워 특별전에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아트 부산 어느 한편에서 인공지능이 관람객과의 소통을 시도하는가 하면, 디지털 시대의 상징인 LED 숫자의 보편성에 주목해 시간의 개념, 생과 사를 관통하는 철학을 시각화한 미야지마 타츠오 작품이 끊임없이 점멸하고 변화하며 방문객과 조우한다. 7월 1일까지 갤러리 바톤에서 개인전을 선보이는 김보희 작가의 작품도 페어에 등장했다. 암흑에 가까운 검정 배경 속 꽃 그림 앞에서 마치 심연으로 빠져들 듯 한참을 미동 없이 그저 바라보다 보면 필연적으로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는 아트 페어 현장에서 잠시 시간이 멈추는 묘미를 마주하기도 하는 것이다. 2020년 아트 부산에 첫 진출한 후 이듬해 10월 서울 지점을 개관한 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아트 부산 2023에서는 이불, 알렉스 카츠, 로버트 롱고, 데이비드 살레, 안토니 곰리 등 저명한 현대미술 가를 대표하는 갤러리답게 호화로운 라인업을 제시했다. 고아한 색조합이 빛을 발한 쥘 드 발랭쿠르의 작품 외에도 올리버 비어(Oliver Beer)가 계속 발전시켜가고 있는 <공명 회화(Resonance Painting)> 연작에 속하는 작품들이 비중 있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어는 수평으로 누운 캔버스 아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음파의 진동에 따라 물결치듯 연출된 목탄 혹은 안료가 이동하고 흩뿌려지는 방식을 고안하고 제작 방식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간다. 작품에 대한 정보 없이는 결코 알 수 없는 이 예상치 못한 측면의 의식 과정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마주한 사람들이 그 작품을 만든 음악을 떠올리기 바란다”고 덧붙인다.

갤러리 바톤 김보희, <Towards>, 2011.

국내외 동시대 미술의 주요 흐름을 이끌어온 국제갤러리는 아트 부산 2023 에디션에 아니쉬 카푸어, 알렉산더 칼더, 우고 론디노네 등 해외 작가의 대표작을 출품했다. 루이스 부르주아와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작품이 조우하도록 배치한 우아한 연출은 단연 돋보였다. 동시에 국내 대표 화랑답게 박서보, 하종현 화백의 단색화를 비롯해 김용익, 안규철, 양혜규, 강서경 등 한국 대표 작가와 이희준, 박진아 외 젊은 작가의 작품을 다채롭게 전시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 기간과 맞물려 국제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최욱경의 작품 또한 소개했다.

이건용의 보디스케이프(Bodyscape) 회화와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윤희의 자연을 닮은 조각 여러 점을 함께 감각적으로 조화롭게 배치한 리안갤러리 부스, 백남준의 대작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를 앞세운 학고재 부스 역시 오가는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광영의 대작을 출품한 두손 갤러리, 아트 부산 개최 당시 평창동에서 추모전이 진행된 노은님 외에도 시오타 치하루, 심문섭의 작품을 내건 가나아트 부스 역시 눈길을 끌었다. 더페이지 갤러리의 경우, 필립 콜버트 단일 작가를 조명한 부스 외에도 벡스코 전시장을 벗어나 해운대 일대에서 작가의 대형 랍스터 풍선 설치물을 공개했다.

원앤제이 갤러리, 이안리, <두개의달>, 2013

그 밖에도 독일 신진 작가 세실 렘퍼트(Cécile Lempert) 솔로 쇼로 참여한 이아 갤러리(IAH)와 또 다른 독일 신진 작가 루카스 카이저(Lucas Kaiser)를 집중 조명한 디스위켄드룸 부스는 특색 있는 기획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아트 부산을 통해 국내 첫 진출한 프랑스 바지우 갤러리는 동양의 서화 전통 방식 필묵으로 현대적 작품을 창작했던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대거 공개했다. 구프람(Gufram)과 앤디 워홀 재단이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 인테리어 소품 혹은 소트사스 디자인 가구 등을 출품한 노발리스 아트 디자인(Novalis Art Design) 부스는 색다른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Photo. Hwang Dana, Art Busan, Thaddaeus Ropac, Gallery Hyundai, Kukje Gallery, SPEEKER, Busan Museum of Art, Hyundai Motorstudio Busan
Colomnist. Hwang Dana
Editor Jeong 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