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가 2023년 9월 1일부터 한 달 간 제주에서 펼친 전시 프로젝트 ‘아트 트랙 제주 2023 (Art Track Jeju 2023)’. 여기에 참가한 스피커 소속 작가 김강희의 작품이 <ertm> 2023년 9월호 커버를 장식했다. 긴 시간 동안 미국에서 타지 생활을 이어온 그녀가 자신의 상상 속 제주를 표현한 작품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전혀 가본 적 없는 초현실적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하늘 높이 솟아 구름의 테두리에 맞물린 풍력발전기는 과연 날개가 돌아가고 있는 걸까? 그녀만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자.

인스타그램에서 글로벌한 팔로잉을 바탕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디@tinycactus의 의미가 궁금하다. 사실 kangheekim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싶었으나 이미 누가 사용하고 있었다. 내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고 싶었지만 밑줄 문자 또는 숫자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고 당시 작은 선인장을 키우는 재미에 빠져 있어 생각해낸 아이디다. 그때는 내가 훗날 사람들에게 작은 선인장으로 인식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찰나의 순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콜라주 작업이 인상적이다. 어떤 과정으로 만드는지 궁금하다. 뉴욕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은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매일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찍은 사진을 겹쳐 합성했고, 그 후 미국에서 여행하며 사진 작업을 했다. 마지막 단계로는 컴퓨터에서 포토샵으로 여러 사진을 합성한다. 대학교에서 페인팅을 전공하고 졸업 바로 전에 사진에 관심이 생겨 포토샵을 물감 다루듯 사용하는 것 같다. 사전 계획을 최대한 생략하고 즉흥적으로 믹스 매치하는 작업 과정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의 변수가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업의 영감은 어디서 받는가?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지만 특히 일상에서 마주하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 그리고 지금 나의 환경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다. 특히 매일 접하는 시각적 요소에서 개인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금 내가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끽하고 싶다. 나는 독일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에서 영감을 얻어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는 사진에 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주었으며, 사진이라는 매체를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었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푸른 하늘과 구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 미국으로 처음 이민을 왔을 때 푸른 하늘과 다양한 구름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금방 변하는 구름의 모양을 사진에서라도 영원히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뜬구름 잡는 소리” 또는 “Head in the Clouds” 같은말을 실현하는 기분이 든다.

타지 생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며 활동했다. 한국에서의 기억이 작품 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가? 한국을 떠난 지 어느덧 18년이 되었다. 한국의 기억이 영향을 준다기 보다는 한국과 대조되는 미국의 자연 풍경에 놀라게 되고 그것이 작품 생활에 영향을 크게 주는 듯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작업을 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늘 상상하고 기대한다.

스피커와 <ertm>이 주최·주관한 전시 프로젝트 ‘아트 트랙 제주 2023’에 참여했다. 당신이 그려낸 상상 속의 제주는 어떤 모습인가? 사실 초등학교 때 한 번 제주를 방문했는데 이상하게 제주의 풍경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갈치 조림을 먹은 것과 말을 탄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언젠가 방문한 하와이 오하우섬처럼 차분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아크네 스튜디오 등 유명 브랜드와 많이 협업했다.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대상이 있나? 내가 평소에 좋아하며 가치관이 맞는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하고 싶다. 최근 들어 패션 관련 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작업 과정이 흥미롭다.

작가의 작품 활동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특정한 메시지가 있다기보다는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감정이든 자유롭게 느꼈으면 좋겠다.

여행해보고 싶은 곳이 있나? 제일 처음 한국을 방문하고 싶고 프랑스, 그리스, 아이슬란드 등 많은 나라에 가보고 싶다.

editor Kim Kyu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