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지만 지난 시대를 살아온 국민의 마음속 한편에 늘 자랑스러움과 추억으로 남아 있는 자동차 ‘포니(Pony)’. 대한민국을 자동차 산업 강국으로 만들고 현대자동차의 오늘을 있게 한 주인공 포니의 지난 흔적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 <포니의 시간>을 경험해보자.

현대자동차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준 포니2

어떤 시대를 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시대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현재는 물론 다가오는 미래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한 것 말이다. 이름을 대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또렷한 이미지와 마치 그 시대를 살았던 양 되살아나는 감정을 불러오는 존재. 우리는 그것을 두고 ‘레전드’라 표현한다. 대한민국을 자동차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뀌게 해주고, 대중에게 마이 카(My Car) 시대를 열어주었으며,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국 브랜드의 고유 모델 자동차를 가지게 한 주인공인 현대자동차의 포니. 이런 포니에게 레전드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포니를 이야기할 때 고 정주영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한 나라의 국토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그 혈관 속을 흐르는 피와 같다. 도로가 발달하고 자동차가 원활히 다닐 수 있게 되면 모든 생산과 경제활동 역시 활발하게 돌아가고 경쟁력을 갖게 된다.” 경제 발전의 흐름을 눈여겨본 고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가 주는 ‘이동의 자유’로부터 범인(凡人)은 쉽게 알 수 없는 비전을 보았다. 그는 발빠르게 영국 포드(Ford)와 제휴 협상을 맺고 1967년 현대자동차를 설립했다. 1968년 울산에 조립 공장을 지은 뒤 영국 포드의 코티나(Cortina) 2세대 모델을 조립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고 정주영 회장은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 독립적인 브랜드가 필요함을 깨닫고, 대한민국 자체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빠른 판단력과 대담한 결단은 1975년 ‘포니’를 대량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자동차가 설립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만들어낸 눈부신 성과였고 이는 현대자동차를 넘어 자동차 도면을 그리는 노하우조차 없던 불모지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그야말로 역사적인 업적이었다.

대한민국 첫 독자 개발 모델, 포니가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자동차 마니아는 물론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전시 <포니의 시간>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현대 리유니온’ 프로젝트 이후 두 번째이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되는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 프로젝트다. 포니가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며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디자인, 철학적 고민 등을 다각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전시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볼 수 있다(6월 9일부터 10월 8일까지). 포니가 겹겹이 쌓아 올린 시간의 층위를 따라가면 포니의 탄생부터 포니가 남긴 DNA가 오늘날 현대자동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건물 5층에서 시작되는 전시의 도입부는 포니 탄생 당시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수집된 수집품,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과 음악, 회화 작품으로 꾸몄다. 4층은 포니의 역사적 탄생 순간부터 전 세계로 수출했던 시대의 사료를 모아 놓았으며, 3층에서는 지난달 현대 리유니온에서 처음 선보인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 카 옆으로 ‘N 비전 74’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인 ‘롤링랩(Rolling Lab)’이다. 2층은 수많은 국민의 추억 속에 함께한 포니의 다양한 순간을 담은 이미지, 고 정주영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정신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1층에는 현대자동차를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게 만들어준 포니2와 함께 포니의 감성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다양한 굿즈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포니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지난 여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출간물 <리트레이스 시리즈(Retrace Series)>도 만날 수 있다. <리트레이스 시리즈>는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포니의 개발 및 관련 사료를 담은 <리트레이스 컬렉션>과 마이 카 시대를 연 포니를 통해 ‘소유’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풀어낸 <리트레이스 매거진> 등 두 가지 유형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 보고, 무엇이 지금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는지 다시 되짚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 절반이 자동차를 가지고 있고, 약 2500만 대의 자동차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 결과의 선봉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포니가 있다. 모두가 불가능을 외쳤던 자동차 불모지에서 탄생한 조랑말, 포니가 만들어낸 놀라운 진보의 순간을 이 특별한 전시와 함께 만끽해보자.


포니 쿠페의 디자인 DNA를 이어 받은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

Editor Shin Kyungmi